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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칼 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평우)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재임용 대상 법관 180명에 대해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평가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평가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변협의 법관 재임용 적합성 평가를 이해한다 치자. 그렇다면 엄정한 평가를 위해 과학적, 체계적 방식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변협의 법관 평가 결과는 아무리 뜯어 봐도 평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조사에 응한 변협 회원은 전체 소속 변호사 1만281명의 1.4%인 155명이 참여한 만큼 설문조사 결과의 객관성은 물론 대표성도 갖지 못한다. 나아가 판사에 대한 변호사의 평가가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라 판결 실적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이뤄졌느냐는 비판도 예상된다. 가장 많은 부적합 표를 받은 서울고등법원 정모 판사는 부적합 표를 14표나 받았지만 적합 표도 30표나 얻어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렸다. 일각에선 변협이 법원 견제에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엉터리 조사를 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내년 재임용 대상이 아닌 97명의 법관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아예 설문 평가의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대상 선정부터 평가 방식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평가를 큰 성과라도 되는 양 언론에 알린 변협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위한 법관 재임용 적합성 평가인지 모르겠다. 혹 법조계에서 변협의 위상과 존재감을 과시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앞섰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한 평가 결과를 조사 대상 법관의 실명과 함께 공개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변협이 해당 법관의 실명과 가부(可否) 표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분명 해당 판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재판에 참여하는 변호사가 판사의 재임용 관련 의견 제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법관의 독립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변협은 잘못된 평가 결과의 공개로 실추된 법관들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변호사의 법관 평가가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변호사는 재판에서 한 쪽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변호사의 법관 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재판 활동을 위축시키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평가가 '막말 판사'를 걸러내려는 것이라면 집단적 평가보다는 차라리 그때그때 법관 부적격자를 신고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사법부도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개별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늘면서 사법 불신을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법정에서의 위증사범이 지난 6년 새 배 이상 증가한 이유가,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을 배격하고 법정에서의 허위진술을 가리지 못한 재판부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법과 양심에 더해 자신의 이념과 소신으로 판결하는 법관은 없는지도 거듭 살펴야 한다.
 또한 변협도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찾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변호사 업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변호사가 42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다. 변협은 변호사들의 직업 윤리의식부터 높여 주기 바란다. {김춘웅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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